영국 내 15위 코벤트리대학교 방문기
코벤트리는 영국에 살면서 자주 들어 낯익은 곳이고 내가 지내던 곳에서 가까웠지만, 특별히 시간을 내어 가본적은 없는, 가깝지만 막연한 그런 곳이었다. 친구들에게 그곳에 대해서는 “조용하지”, “작은 동네야”, “심심해” 등의 이야기만 들어왔던 터였다. ‘얼마나 조용하길래…’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도착한 코벤트리 기차역.
유동인구가 꽤 되는 느낌이어서 작은 동네의 기차역 같지는 않다는 게 코벤트리의 첫 느낌이었다. 때마침 출장용 슈트케이스의 바퀴가 말썽을 부리며 잘 움직여주지 않았고, 초행길이라는 이유로 택시를 타고 학교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은 나를 당황스러움의 감정으로 몰아넣었다. 자연스럽게 ‘택시기사님이 날 엉뚱한 곳에 내려준 건가?’ 하는 의문도 뭉게뭉게…그도 그럴 것이, 고가도로 밑 공사중인 곳… 플러스 기타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인해 내가 느낀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기우였을 뿐, 학교 내부로 들어서자 피부로 느껴지는 활기차고 세련된 학교 분위기로 인해 내 걱정은 언제 있었냐는 듯 잊혀졌다.
처음 들어간 건물은 Student Union. 우리나라의 학생회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자유롭게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 떠는 학생들, 모여서 그룹워크를 하는 학생들을 보며, 나도 저기에 끼고 싶다고 잠시 생각했다. 생각도 잠시 국제 학생 담당관인 학교 직원을 만나서 학교 투어를 시작했다. 직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학교 건물을 하나씩 둘러보니, 공사중인 아까 그곳과 고가도로 전부가 학교에서 직접적으로 투자를 하거나, 아니면 각 회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새로 건물을 추가하거나 또는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니 ‘아… 이 학교가 지금 투자를 해서 발전을 하는 중이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드는 순간이었다. 도서관, 공대, 비즈니스스쿨, 모두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이런 데서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계속 머릿속을 스쳐갔다. 학교 내부 곳곳에 편의 시설도 잘 형성되어 있었다.
Starbucks, Costa 등 커피 체인점을 비롯해 교내 영화관, 학생들의 물건을 가지고 나와서 파는 벼룩시장까지..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즈니스스쿨의 Trading room과 공대 건물의 시설들이었다. Trading room의 최신 장비는 실제 주식시장에서 쓰이는 것과동일한 모델들로 학생들이 실제 주식을 사고 파는 것처럼 학교에서 연습을 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이번 출장 길에 방문한 다른 학교에서도 Trading room을 보았는데 그곳보다 기자재가 최근의 것이었고 넓은 강의실이 인상적이었다.
비즈니스스쿨 건물 이름이 재규어 센터였는데, 재규어 회사에서 상당한 투자를 하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공대 건물 실습실에서도, 재규어에서 기증한 엔진으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곳은 최상의 환경에서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 Art&Design 빌딩으로 옮겨 가서는 입구부터 학생들의 작품을 매달아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지하에 있는 아트샵으로 갔다. 그곳은 A&D 학생들이 필요한 대부분의 재료를 파는 곳으로, 밖에 나가지 않고도 학교에서 모든걸 살 수 있으니 매우 유용할 것 같았다.
Foundation 코스는, 코스를 이수하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고, 코벤트리 대학교의 상징과도 같은 자동차디자인과의 실습실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동차 디자인 시안과 자동차 축소 모델이 테이블마다 있는 모습이라니…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분명 아니니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마이너스의 손인 나 같은 사람은 참 부러운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미래의 새로운 자동차를 이미 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발길을 옆의 패션디자인 실습실로 옮겼다. 역시 벽은 학생들의 작업들로 가득 찼고, 재봉틀을 쓰고 있는 학생,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 손바느질을 하던 학생 등등 다양한 작업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작업하던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저랬었지 하는 추억에도 잠기고. 그리고 한쪽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학생들의 이름이 있었는데, 그것은 매해 인턴쉽을 나간 학생들의 이름과 회사 이름이었다. 그곳엔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아는 회사들도 있었다. 그 명단은 1,2 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서 적절히 활용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contemporary art practice, illustration 학과 학생들의 작품과 수업 중 토론하는 모습도 가히 인상적이었다.
감동적이었던 A&D 건물 투어를 마치고 나서 다시 Student Union 건물로 향했다. 건물 내에 있는 극장을 지나고 펍을 지나 뒤편으로 나오니 코벤트리대성당이 보였다. 옛 건축 양식과 새로운 양식의 건물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옛 건축 양식이 부서지고 남은 건물의 잔해였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옛날에 불이 나서 건물이 타고 남은 부분이고 오른쪽에 있는 새 건물이 새로 지어복원한 건물이라고 했다. 영국의 대부분의 성당이 그런 것처럼 여기도 웅장하고 멋진 느낌이었는데, 코벤트리대학교 학생들의 졸업식이 이 성당에서 이루어진다고 했다. 저곳에서 졸업사진을 찍으면 너무 예쁘겠다는 나름대로의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던 중에 담당자들이 점심 먹을 장소라고 하면서 데려간 펍도 성당 못지 않게 중후한 멋을 뽐내는 곳이었다. 학교 근처라 정통 영국 음식을 싼값에 즐길 수 있는 곳이라 코벤트리대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의 단골 장소라고 한다. 만약 코벤트리 방문을 계획하는 분이 있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학교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지는 곳이었다.
식사 후 다시 학교로 향하는 길에 기숙사가 있는 곳도 안내를 받았다. 캠퍼스 끄트머리였지만 웬만한 걸음으로 학교 건물들과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학교를 다 보고 나니 방문해서 직접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심심하고 조용한 곳으로만 기억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게 될 좋은 학교라는 믿음이 확실해지는 방문이었다.